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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iren eun young jung





pickhearts installation, 2003

...개수대에 물이 가득 차 올랐어. 또 수채구멍이 막혀 버린 건가 봐. 매번 신경을 써서 찌꺼기들을 건져 내는 대도 이렇게 여기가 자주 막히는 건 왠지 몰라. 물이 빠지려면 조금 기다려야겠어. 손을 넣어 휘적거리는 건 꺼름직 해서 말야. 내가 얼마나 설거지를 싫어하는지 알잖아. 차려먹는 수를 줄이라고? 그런 말 하지 말아. 그쯤의 욕망까지 없애 버리라는 말이야? 내 욕망들은 충분히 거세되어 있다고. 아, 그렇지만 이렇게 설거지에 볼모 잡혀있는 이까짓 욕망이라니. 물이 너무 안 빠지네. 이상해, 파이프에 문제가 생긴 건가? 결국 손을 집어 넣어야 하나. 아이참. 내가 그 얘기 했던가? 친구 언니 말야. 친구의 시집간 언니가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수채구멍이 막혔다고 징징거렸다는데, 참, 그 엄마도 대단하지, 그 길로 달려가 거기에 손을 집어넣어 왼갖 더러운 것들을 다 끄집어 내 주었다나봐. 트래펑을 써야 하나? 엄마는 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, 막히는 일은 없었는데, 왜 나는 일일이 찌꺼기를 분리해내고 설거지를 하는데도 이렇게 자주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? 가끔 씽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느낌마저 들 때가 있는데 말야. 오직 나와 개수대 안의 수북한 설거지감. 고작 먹을 것에 대한 욕망에 지불 해야 하는 대가 치고는 너무 과한 노동 아냐? 다른 과도한 욕망의 결과들은 또 얼마나 과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까를 생각하면 등골마저 오싹해 진다니까. 웃지 말아. 이건 정말 억울한 일 이라구. 아직도 물이 찰랑거리네. 아우 정말, 답답해 죽겠네. 언젠가는,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그냥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. 말할 수 없이 가슴 한쪽이 조여 들었어. 한숨을 푸욱 내쉬었는데, 눈물이 줄줄 나는 거야. 손엔 잔뜩 퐁퐁이 묻었는데 닦아내기도 참 모하고. 에이. 그냥 내버려 둘래. 빠지고 나면 트래펑을 부어보던가,사람을 부르던가 해야겠다. 참외 먹을래 사과 먹을래? (암전)   This work alludes women’s unacceptable desire in the patriarchal heterosexualism. I would like to emerge an woman’s lesbian desire which is always denied and hated by social consents, but stimulating her, even while she is performing following a social contract. Even though she is compulsorily disciplined by father’s law, heterosexualism and social contract, she is rather yearning somebody to take away her desire, her heart.